2018/07/15 14:15

2018년 5월 21일 간헐적 일상

퇴사하고 첫 날이었다. 5월이였고, 하늘은 높고 푸르고 온통 초록이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다치고 지친 마음 자연에서 위로받고 싶었다고나 할까?
이럴 때 집 앞에 호수공원이 있다는 것은 운명의 데스티니이다. 집 앞에 있는 그리 크지 않은 공원이지만 갈 곳이 있다는 것,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큰 물이 있다는 것은 많은 힘이 된다. 일산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호수공원 정서'라는게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속 장소는 우리집에서 호수공원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저 원형은 공연장의 목적으로 만든 것 같지만 지금은 동네 개들의 놀이터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호수공원에 입성했다. 초록에 하늘에 너무 예뻐서 할 말을 잃었다. 자주 가는 호수공원이지만 낮과 밤의 모습이 각각의 매력이 풍부하다. 
평일 낮이여서 더욱 한가로운 공원의 분위기가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멀리 떠나고만 싶다고 생각했었다. 난 뭔가 힘들때면 언제나 나를 아는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쉽게 한다.
외국에 가서 설거지하고, 음식 나르며 그렇게 소박하고 욕심없게 살고 싶다고. 그러나 현실은 욕망 덩어리로 똘똘 뭉쳐있는걸. 
강원도라도 가고싶었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는 현실에 슬펐지만 이 날 호수공원에서 많은 부분이 해소가 되었다. 
혼자 가는 여행은 생각할 때는 굉장히 낭만적이지만 사실은 많이 외롭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선뜻 안가진다. 
언제까지고 걸을 수 있을것만 같은 날이었다. 실제로도 오래 걸었음에도 피곤하지 않았다.
길의 끝이 있다고만 한다면 끝까지 걷고 싶었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마음은 이렇게 사람을 넉넉하게 만든다.
 호수공원을 한바퀴 걷고는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왕창 샀다. 
그리고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밥먹으러 집으로 오라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갔다. 
모든게 좋은 날이었다. 
친구는 나를 위해 식기를 세팅(?)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위에 보이는 저 편지와 선물은 퇴사와 이직을 하는 나를 축하하는 선물.
나는 언제나 지혜의 마음을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 그녀의 센스와 마음 씀씀이는 나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바쁘게 전시를 준비하는 그녀의 뒷모습 

점심 메뉴는 변비탈출을 위한 키위쥬스와 자몽과 오렌지, 호두가 들어간 샐러드와 샌드위치. 
샌드위치에는 별다른 소스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간장으로 양념한 고기와 야채의 조화가 매우 훌륭했고
특히 빵이 아주 좋았다. 우드브릭에서 산 샤워도우라고 했는데 집에가는 길에 맛보라며 포장까지 해주었다. 
거의 2시간을 걸어서 뭔들 맛이 없을까만은 지혜의 따뜻한 마음인 느껴지는 식사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길 끝까지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그 길 끝에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친구라니!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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