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2 02:32

바깥은 여름, 김애란, 문학동네, 2017 책꽂이

바깥은 여름 - 10점
김애란 지음/문학동네




왜 이 책을 읽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알 것도 같다. 생각해보면 작년 여름-가을쯤부터 한편씩 읽기 시작했고 한 편 읽고 감정이 북받쳐서 한숨을 푸우하고 내쉬다보면 다른 책이 쑥 들어와서 잠시 옆으로 제쳐두길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입동>은 읽는 그 순간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었다. 뭐가 슬펐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슬펐다. <바깥은 여름>은 죽음과 상실을 다루고 있다. 아이의 죽음- 그리고 그 후의 삶 (입동), 아이의 죽음 이후 평범한 삶을 유지하려고 애썼으나 벽지에 튄 오미자액기스 얼룩 때문에 다시 도배를 하며 아이의 흔적을 발견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이야기. 개의 죽음, 오랜 연인과의 이별, 기다리던 소식의 좌절, 폐지줍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아들 이야기, 그리고 남편의 죽음까지. 죽음과 상실을 평범한 삶의 이야기에 담아내고 있고, 그 삶이 너무 생생하여 눈물이 난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누군가 SNS에서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는 문장을 보고서였다. 눈물이 한방울도 안나는 메마른 삶을 살고 있기에 책을 읽고 좀 울고 싶었다. 나만 힘든게 아니라 소설 속 타인의 불행한 삶을 보며 위안받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 실린 소설들을 읽으며 내가 눈물을 쏟았던 건 죽음이든 상실이든 겪으면서도 삶은 계속 된다는 것, 소설 속에 그려진 일상이 너무 리얼해서 오히려 끔찍했고 위안을 받기보다는 몰입이 되어 울었다. 김애란의 소설을 두고 문장을 읽으면 문장이 그리고 있는 풍경이 상상이 된다고, 그림 그릴 때도 그래야 한다고라고 누군가가 조언을 해주었다는 말이 떠오른다. 평범한 언어들을 조직해서 섬세한 현실로 만드는 소설은 힘이 굉장히 세다. 

<입동>
p.20 그렇게 평범한 사물과 풍경이 기적이고 사건임을 알았다.

<건너편>
p.86 도화는 밤새 내장 안에서 녹색 숯이 오래 타는 기운을 느꼈다. 낮은 조도로 점멸하는 식물 에너지가 어두운 몸 속을 푸르스름하게 밝히는 동안 영혼도 그쪽으로 팔을 뻗어 불을 쬐는 기분이었다. 잠결에 자세를 바꾸다 도화는 속이 편하다는 느낌을 몇 번 받았다. 

<풍경의 쓸모>
p.149 아마 무척 평범한 사람,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날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p.150 우리가 뭘 모른다는 할 때 대채로 그건 뭘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는 뜻과 같으니까.

<가리는 손>
p.209 그렇게 작은 것들이 나중에 큰 걸 지켜주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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